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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1000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누가 쉽게 읽으셨다고 한 번씩 이런 고전도 읽어줘야 한다고 추천해주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섬뜩하기 그지 없다.
얼마 전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세상사가 형태만 변하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으며, 상품의 가치 결정에 대한 개념을 쌓을 수 있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공산주의에 관한 책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자본주의를 잘 해석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한 일들을 너무도 잘 설명했기에 읽으면서 계속 놀랐다.
노동 착취가 결국 자본가의 이윤이라던지, 성과급제가 자발적 착취의 방편이라던지 하는 것들은 인간의 머리가 다른 인간을 부리는 일에 있어 얼마나 비상한가에 대한 경외심까지 일게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은 내용으로 뽑는 것은 자본의 일반공식.

자본의 일반공식. 돈이 상품이 되어 더 큰 돈이 된다.

 

돈은 지속적으로 불어나 점점 더 큰 돈이 된다. 부자가 계속 부자가 되는 이유.

 

자본의 일반공식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노동자 착취 외에는 저 아름다운 공식을 가질 방법은 없는 걸까.

 

21-22 누군가가 "왜 지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알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고 얘기합니다. 저 자본주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냐고. 만약 아름다워 보인다면 굳이 《자본론》을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면 되겠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여러분은 《자본론》을 공부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그냥 묵묵히 열심히만 살아서는 잘 살 수 없는 시대, 이 이상한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는 공부. 세상이 말하는 것처럼 진정 나의 무능력이 내 삶을 한계 지은 것일까? 부자들은 나보다 뛰어나서 부자인 걸까?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다. 

 

45 모든 것이 상품이 되면 결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집니다. 돈이 많이 있으면 상품을 많이 구입할 수 있겠지만, 돈이 없으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없겠죠. 결국 빈부 격차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품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소수 부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입니다.

 

71 이와 같이 돈이 자신의 크기를 불리는 과정에 들어가 운동하게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돈이 자본이 됐다고 합니다.

돈과 자본의 구분. 쉽게 말해 돈이 돈을 벌 때 돈을 자본이라고 부른다.

 

105 그저 노예제 사회에서는 노예를 부리는 것이 합법인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 소유자가 이윤을 다 가져가는 것이 합법일 뿐입니다.

불합리하더라도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법칙일 때는 세상을 바꾸기 전에는 방법이 없다. 그저 따를 밖에.

 

107 이윤은 '빼앗긴, 착취당한 노동(잉여가치)'에서 나온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잉여가치론입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라는 것도 알았죠.

자본론에서는 노동과 노동력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임금은 노동이 아닌 노동력의 대가일 뿐이니, 자기 자신의 가치가 임금으로 규정지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말 것.

 

193 이기심과 물신주의만을 증폭시키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형성된 인간의 공동체 본성과 전혀 맞지 않아요. 

인간은 본성을 거스르면서까지 시스템에 순응하려 한다. 시스템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는다. 이것은 시스템에 잘 따르고 있으니 도태시키지 말고 계속 데려가 달라는 공동체 인정 욕구의 변질은 아닐까.

 

213 역사의 발전은 공상이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

허무맹랑한 생각, 말도 안되는 생각, 정신 나간 생각을 많이 하자. 내 정신 건강에도 좋고, 혹시 더 나아가서 미래에도 좋을지 모른다. 

 

252 한편에서는 물건이 넘쳐나서 망하고 다른 쪽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구하지 못해서 망하는, 극도로 모순된 상황이 바로 자본주의 공황의 특징입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면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조절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신화가 무참히 깨지는 사건이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학교에서 배울 때 그것은 시장 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보이지 않는 손'은 철저히 정치적이고 계산적인 기득권의 화려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255 마르크스는 생산의 무정부성이 과잉생산을 낳고,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공황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공황이 요즘 식으로는 경제위기가 될 것이다. 평범한 노동자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 경제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 때를 대비해서 공부하고 돈을 모으며 기다렸다가 흔들리며 가치절하된 상품을 찾아 취한다는 시나리오. 10년 주기설을 토대로 하면 슬슬 경제위기가 올 때가 되었는데 그 때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이 걱정을 쓰면서 보니 결국 나도 돈이 돈을 버는 자본가가 되고 싶은 것. 욕하면서도 침 흘리는 모순, 여우의 신포도가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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