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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1000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읽으려고 손에 들고서 표지를 보는데 이 책 전에 읽은 것 같다.

제목과 저자로 인한 높은 기대치로 읽기 시작한 터라 읽으면서
'전에는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이래서 내가 읽은 걸 기억을 못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꽤 많이 했다.

전에 이 책을 읽고 써 둔 내용이 있나 싶어 찾아보니 2017년 4번째로 읽었던 책.

그 당시에도 나는 이 책에서 흡족한 만족은 느끼지 못했었는지 책에 대한 감상보다는 책을 읽게 된 상세한 경위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책에 낙서를 해둔 이전 대출자의 흔적에 대한 감상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재밌었던 것은 2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텀을 두고 다시 읽은 책인데, 표시를 해 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겹치지 않는다는 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의 생각과 관심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재밌었고, 나의 주관적 감상이 전혀 없이 인상 깊었던 구절의 나열일 뿐이라도 독서 후 짧은 메모를 남겨 놓는 것이 미래 언젠가의 나에게 꽤 좋은 선물이 되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116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고 즐기다 보면 '혼자'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120-121 사실 방랑은 그 자체가 고독을 즐기는 기술이다. 마음이 한곳에 머물면 상태는 악화된다. 하지만 걸으면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간다. 그런 흐름에 융화되면 마음도 흘러간다. 이것이 외롭고 우울하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아야 할 이유다. 

169 하이데거는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에는 자시느이 존재에 마음을 쓸 수 없다. 죽음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자신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171 깨달음을 얻으면 욕심을 버릴 수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료칸 스님은 "죽을 때에 죽는 것이 좋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189 성장하려면 적어도 한 번은 익숙한 지점에서 빠져나와 그것들과 단절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수집가처럼 자신의 쾌락에 안주하는 것은 행복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안정감을 주지만,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