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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1000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 사이토 다카시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나니 오히려 한 자도 쓸 수가 없어서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인상 깊었던 구절만 남기고 끝내는 독후감. 


 

14 글쓰기 연습에서는 작문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의 질은 개개인의 독서 체험이나 인생 경험, 그리고 재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문장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서 양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하자. 

47-48 글쓰기에는 우연이 없다. 무의식적으로 문장이 술술 떠올라서 마치 서기가 된 것처럼 글을 받아 적지는 않는다.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사람은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으며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 ㅗㄹ 수 있다.

51 우리 일상은 방치하면 '엔트로피(entropy)'라는 무질서 상태가 심화되어 점점 더 지루하고 무의미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러한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창출해가는 작업이다. 그런데도 비방하는 글을 써서 일상의 무의미함을 증폭시키는 것은 글쓰기의 의미를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행위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86 글쓰기는 달리기와 같다. 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마라톤 같은 것은 도저히 꿈도 못 꾼다. 아니, 10킬로미터도 겁이 난다. 하지만 매일 같이 달리는 연습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10킬로미터 정도는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마라톤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단 많은 분량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87 일단 목표량만큼 글을 쓴 다음에 편집을 통해 양을 줄인다. 그런 다음 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훈련에 들어간다. 즉, 원고지 열 장 이상의 글을 쓴 후에 글의 내용과 질적인 면을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91-92 가끔 학생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나 특별히 존경하는 인물을 들어보라고 할 때가 있다. 한 가지만 가능하다고 했을 때는 백 명의 학생 중에 같은 것이나 동일한 인물을 꼽는 사람이 열 명에서 오십 명 정도 나온다. 두 개, 혹은 두 사람을 꼽아보라고 해도 대답은 유사하게 나온다. 하지만 세 개, 혹은 세 명이 되면 전부 같은 답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 대답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혀 거리가 먼 세 개를 선택했더라도 그 키 컨셉들 간에는 반드시 어떤 공통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 세 개의 연결선은 곧 그 사람 뇌의 연결 방식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두 가지를 선택할 때는 독창성이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세 개까지 고르다보면 타인과 구분되는 독창성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세 개의 키 컨셉을 연결해서 글쓰기를 연습하면 그 사람만의 개성이 표현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