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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1000

조그맣게 살 거야 - 진민영

"하루종일 뭐 하니?"

"일 해, 놀지말고."

"일 안할 거야?"

올 3월부터 우리 낑꽁이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25개월만에 내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과 함께 찾아온 주변인들의 말, 말, 말.

모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말이라 분명 더 날카롭게 꽂혔다.

종일 아이와 함께 하지 않는 30대 엄마는 당연히, 반드시 경제활동을 해야한다는 논리.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고, 급기야 내가 기생충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만났다. 

문득 너저분한 집 안에 눈에 들어왔고, 작년 말 모임에서 뚜가 추천해주던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뚜의 어머니께서 집 안 물건을 처분하며 행동하기 시작하셨다고 했었다.

복잡한 건 마음이었건만 눈에 보이는 물질이라도 정리하고 싶었다.

미니멀리즘 책이라기에 어떠하게 정리하라는 조언집인줄 알았고, 목차 보면서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방향을 제시하고 조언하는 방법론적 책이 아니라, 미니멀라이프에 녹아 사는 작가의 작은 이야기들.

그 작은 이야기 속에서 커다란 위로를 받았다.

나 좋을대로 살면 된다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5 나는 언뜻 보기에 결핍된 상태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 삶은 풍요롭고 우아했다. 

20 항상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 순간의 기분과 행복을 추구할 자유다.

79 물질적으로 아무리 미니멀해져도 내면까지 미니멀해지기란 쉽지 않다. 

84 빚을 내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일은 없다.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빚을 동반해야 한다면,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망인 거다. 간절하게 바라고 이뤘다 한들, 그로 인해 치른 '빚'이라는 희생은 결코 내게 가치롭지 않다. 빚을 내고 대출을 해서까지 해야 할 일은 결코 없다. 

84 서너 개씩 계좌를 개설하면서 지출을 품목별로 세분화한다고 알뜰한 게 아니다. 돈을 쓰지 않는 것만큼 빠르고 확실한 재테크는 없다. 

109 그래서 나는 늘 '1분도 희생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를 문신처럼 마음속에 새겨놓고 산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안정적인 직장, 내 집 마련, 결혼과 자식은 반드시 나의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다. 

119 어색한 정적이 싫어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어색함은 배가 된다. 할 말이 없을 때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괜찮다. 

123 사회를 만족시킨다고 내 행복의 부피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나의 힘으로 내 행복을 창조할 수 있는 삶이 그 어떤 삶보다 더 풍족하다고 확신한다.